살아가노라니

호랑이 장가가는 날

평화 강명옥 2006. 11. 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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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버님이 하늘나라 가신지 2주년이 되었다.

기일을 맞아 고속버스를 타고 어머님 계신 곳으로 내려갔다.

도중에 휴게실에서 내리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늘에는 해가 떠 있는데 우리 머리 위에 구름이 있어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해가 떴는데 비가 내리네요."

별로 효과가 없는 줄 알면서도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걸음을 빨리 했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잖아."

옆의 남편이 같이 걸음을 빨리 하며 대답한다.   

 

그랬다. 해가 쨍쨍 떠 있는데 비가 오면 어른들은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짧은 시간에 김치라면을 시켜 나눠먹는데 참 맛이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먹을 때인지....

 

가족들이 다 모여 추도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이신 고모부님이 예배를 인도하시는데 특별히 말씀이 마음에 다가왔다.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시며 눈이 오는 날이면 교회 가는 길의 눈들을 쓰셨다는 할머님.
아직까지도 새벽기도와 모든 예배를 드리시는 어머님.
그런 어머니와 아내를 두신 아버님 당신은 교회를 나가지 않으셨다.

 

고향 주민들과 학생들의 통학을 위해 역전 토지를 내놓으시고 기차역을 만드시고
우체국 토지를 내놓으시고 우체국을 세우셨던 아버님은
커다란 호두나무가 있는 땅을 교회 부지로 내놓으셨다고 했다.

 

지금도 고향 성묫길을 다녀올 때면 언덕 위에 커다랗게 지어진 교회를 볼 때마다

아버님을 떠올리게 된다.

아버님은 하늘나라 가시기 보름 전에 세례를 받으시고 성도가 되셨다.
'천국 가야 어머님을 만날 것 아니냐'는 고모님의 말씀에 따라...

 

호랑이가 장가가던 날,
아버님을 추모하며 온 가족은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True compassion is love in action. 
진실한 동정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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