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한강의 색소폰과 댄스

평화 강명옥 2006. 11. 1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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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색소폰으로 어떤 곡이든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학원 등록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러자 당장 색소폰을 불어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한창 색소폰에 열중해 있던 남편은 상당 기간을 참은 후에  드디어 어느 날 밤 한강으로 출동(?)하였고 땅은 하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일과가 시작되는 월요일 밤 한강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마음껏 퍼져 나가는 색소폰의 곡을 들으며 이리저리 걷다가 곡에 맞춰 팔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느린 곡들에 맞춰 나의 동작도 느릿느릿 했다.

 

한동안 학교 무용시간에 배웠던 발레와 고전무용과 그리고 체조까지 아는 동작은 다 동원되었다.

하늘과 점점이 떠 있는 구름과 물과 바람과 색소폰 소리에 나도 어느 정도 취했었던 것 같다.
출 만큼 추었는데도(?) 남편의 연주는 계속되었다. 

 

장르를 넘나드는 연주에 빠진 남편을 두고 남편 주위를 걷기 시작하였다.
몇 바퀴를 돌며 운동이 되었다 싶을 때 남편의 색소폰 연주가 끝나 함께 더 돌았다.

 

그렇게 한강을 다녀온 얼마 후에 이야기하다가 한강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때 내가 춘 춤이 어떠했느냐는 물음에 남편의 답은 이랬다.

 

"응? 자기가 언제 춤 췄어? 못 봤는데..."

 

졌다.


 

No one understands like Jesus. 
예수님 같이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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