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초코파이 숙제

평화 강명옥 2006. 11. 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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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먹거리 구매는 주일이나 수요일 밤중에 한다.

주일 저녁예배를 드리고 혹은 수요예배를 드리고 오는 길에 할인매장에 간다.


먹거리라고 해야 생선, 야채, 우유가 주 품목이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을 조금씩 사므로 양이 많지는 않다.

동네 슈퍼에서 사도 충분한 양이지만 남편과 함께 한다는데 많은 의의를 두고 있다.


이번에도 생선코너를 들렀다가 계산대로 가는데 갑자기 쌓여있는 초코파이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상자보다 더 큰 것이 머그잔이 딸려 있는 것이었다.


더 생각하지 않고 초코파이 상자를 집어 들었다.

머그잔이 모라자라는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 사온 것을 정리하는데 당초 상자를 집어들 때 못마땅해 하던 남편이 한 말씀 한다.


“광고 내용 적힌 컵이 무엇이 좋다고...”


풀러보니 하얀 머그잔에 빨간 글씨로 ‘情’ 이라고 쓰여 있었다.

뜻밖이기는 했는데 내가 할말이 생겼다.


“광고 아니구만, 뭐...”


그 머그잔은 다른 잔들과 함께 잘 쓰고 있다.

그런데 볼수록 그 투박한 두께의 빨간 한자 글씨가 영 둔하며 뭔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컵을 이리저리 보다가 밑을 보니 ‘made in China'가 보였다.


그 글씨를 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중국에 있으면서 사방에서 보았던 투박한 느낌의 빨간 글씨 간판을 숱하게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무슨 물건을 사든 이제 중국(China)를 벗어나기가 힘들다.

‘세계의 공장’답게 정말 무차별이다.

먹거리에서 온갖 공산품에 이제는 자동차까지 나온다니.


그나저나 요즘 밤마다 컴퓨터 옆에 그 초코파이 상자 갖다 놓고 먹기 바쁘다.

나는 뭔 상자 안에 먹을 것이 있으면 빨리 먹고 그 상자를 치워야 한다는 것이 있다.

상자가 놓여 있는 동안은 해야 할 숙제를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초코파이 숙제는 앞으로도 며칠  더 갈 것 같다.



Some people go through life standing at the complaint counter.

어떤 이들은 일생을 불평만 하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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