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24시간의 외박(外泊)

평화 강명옥 2006. 11. 1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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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외박을 하였다.
대학 졸업 후 매달 만나온 친구들끼리 남편과 아이들 젖혀놓고 가을나들이 길을 떠났다.

 

각자 볼 일들 보고 출발하느라 아침, 오후, 그리고 저녁 세 차례에 걸쳐 출발하였고 모여보니 9명이었다.
평소 12-13명 정도 모이는데 먼 거리로 나선 것으로 보면 좋은(?) 출석률이었다. 

 

우리의 1차 프로젝트는 진흙에 구운 오리를 먹는 것이었다.
오리의 부드러운 고기와 백김치 맛이 일품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장을 좀 보고 콘도로 들어갔다.
각자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둘러앉아 방담이 시작되었다.

 

다양한 주제의 화제가 한바퀴 돈 다음 마지막에 가장 오래 주거니받거니 한 것은 각자가 알고 있는 건강 비법이었다.
서로 이야기해주고 들은 것을 시행해보았는데 한 친구가 결심한 듯 이야기했다.

 

"난 쉬운 것 딱 한가지만 기억해 가지고 실천해 보련다."
하긴 다음날 아침이면 새카맣게 잊어버릴 이야기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2차 '방담 프로젝트'가 끝나고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졸리운 눈을 비비고 일어나 3차 프로젝트 '산책 및 가벼운 등산'을 하였다.

 

너른 조각공원을 거쳐 산등성이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산책길이 좋았다.
맑은 공기와 발 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그리고 푸른 하늘이 살아있음이 얼마나 좋은지를 새삼 알게 해주었다.

 

산책을 끝낸 후 준비해온 빵과 피클, 계란, 양배추, 슬라이스햄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우유와 커피를 곁들여 아침을 먹었다.
과일로 마무리한 아침식사를 준비해온 손길에 감사하며 4차 프로젝트인 '숯가마'로 출발을 하였다.

 

적절히 뜨거운 숯가마에 들어가 땀을 냈다.
그리고는 막 숯을 꺼내 새빨갛게 달구어진 채인 옆 숯가마 앞에 앉아 일렁이는 붉은 빛을 보고 앉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금 식어서 덜 뜨거운 숯가마에 들어가 누워서 쉬었다.

 

그리고 5차 프로젝트인 '바베큐' 장소로 옮겼다.
너른 마당에는 주인이 만들었다는 솟대와 갖가지 모양의 장독들이 있었는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뜰에서 연기를 내며 구워지는 돼지고기를 먹고 된장국으로 밥을 말아먹었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숯이 좋아서인지 원래 맛이 뛰어난 것인지 맛있는 점심이었다.

 

커피는 실내에서 마셨는데 대포, 호롱불, 놋숫가락, 곰방대, 낫, 종 등 요즘에 보기 드문 옛 물건들이 천정과 벽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나무로 지어진 집을 당초는 박물관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이번 외박은 학교 졸업 후 24년 동안 시도한 우리들의 세 번 째 외박이었다.
24시간의 외박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며칠 동안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숯가마 앞에서 쬐던 뜨끈뜨끈한 열기가 이마에 느껴지는 듯 하다.

 


 

Through prayer, we have instant access to our Father.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를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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