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인사동 그 집

평화 강명옥 2006. 11. 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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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약속을 하면 인사동으로 잡게 된다.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나며 알게 된 집이다.

인사동의 다른 음식점처럼 전통적인 한옥집이다.


숱한 집중에서 그 집을 유독 약속 장소로 정하게 되는 것은 편하기 때문이다.

값도 적절하고, 누구하고 만나 이야기를 해도 편안한 분위기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일했던 장소를 중심으로 만나게 될 때 늘 단골이 있었다.

광화문, 계동, 명동, 무교동, 남대문로....

조건은 적절한 값과 여럿이 만나 장시간 이야기해도 좋은 편안한 분위기이다.

   

몇 달 전부터 출근하는 사무실 부근에도 단골이 생겨서 예약을 하면 단 둘이라도 귀한(?) 룸을 배정해준다.

그렇게 되기까지 솔찬히 매상을 올려주었다.


그러나 사무실 부근의 약속 장소는 점심에는 좋으나 저녁 약속장소로는 마땅치가 않았는데 마침 인사동의 그 집이 눈에 뜨였다.

인사동은 약속 장소로 찾아가는 길이 좋다.

볼거리도 다양하고 평소 잊고 지내는 우리 고유의 물건들이 풍성하게 보여 좋다.


그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골목길에 시인의 가족이 한다는 찻집이 있다.

자그마한 찻집에서는 주로 유자차를 시키는데 유과를 함께 주어 심심치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시 장시간(?) 앉아 이야기하기가 참 좋다.


며칠 전에 오랜 만에 후배를 만나 인사동의 그 집에 가서 예의 그 저녁을 먹었다.

우리 한식 반찬이 맛있게 나오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풍성히 더 갖다 주는 인심도 좋은데 나는 주로 잡채를 더 먹게 된다.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나오며 신발장에서 신을 찾아 신는데 주인이 급히 부른다.

“카드 가져 가셔야지요.”

“아참, 요즘 제가 이래요.”


주인과 하하 호호 웃으며 문을 밀고 나오는데 또 부른다.

“핸드폰 가져가세요.”

“........”


그러더니 한 마디 더 붙인다.

“저희 집에 더 자주 오셔야겠어요.”


“ㅎㅎㅎ 그러지요.”

“사실 자주 오시는 편이에요.”


몇 번을 와서 얼굴을 아는데도 유다르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아 그것도 편하고 좋은데 기어코 표현을 한다. 


잊고 나온 카드와 전화기 덕분에 주인으로부터 몇 번이나 전송 인사를 받았다.

에구 이제는 웬만하면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것도 소용이 없나보다.


앞으로 연말도 되어 가는데 미처 소식을 나누지 못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날 것 같다.

내가 인사동 그 집으로 가는 발걸음도 잦아질 것이다.



Jesus can turn your sorrow into dancing.

예수님은 당신의 슬픔을 춤으로 바꾸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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