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친정엄마

평화 강명옥 2006. 11. 2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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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엄마를 뵈러 갔다.

올 초 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신 후에 혼자 지내시는데 마음으로는 자주 가봐야지 하면서도 뭐 그리 바쁘게 산다고 자주가 안 된다.


엄마에게 가면 일단 주시는 것은 다 먹는다.

밥에, 커피에, 고구마에, 달걀에, 은행에, 강냉이에...

끝도 없이 나오기 때문에 내 먹성으로도 감당이 안 된다.


요즘 혼자 계시다보니 곰곰 옛날 일을 회상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섭섭했던 일이 자꾸 떠오른다고 하신다.

그래서 살아오면서 여러 번 들었던 어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20대 초반에 아버지를 만나 약혼을 하는 바람에 연애라곤 못해보고 결혼하셨다.

그 연애과정과 결혼까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아버지가 정성을 많이 들인 시간들이었다.

4시간 가까이 너무도 잘 아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참 아버지가 많이 존중하시며 살았어요.”

“그건 그래, 내가 네 아버지한테 대우는 받고 살았지."

“엄마는 참 행복하신거야. 곱게 사셨잖아요.”

“맞아. 내가 잘난 것도 없는데 어디가 좋다고 그렇게 잘해 주었었다. 정말 곱게 산거지.”

“그러게, 좋은 것만 기억하시고 마음 편하게 지내세요.”


4시간 가까이 있으면서 내가 한 말은 몇 마디 안 된다.

엄마는 이야기하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풀리신 것 같았다.

일어서기 전에 엄마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하였다.


심장병으로 계속되는 기침이 좀 덜하기를

밤이면 심해지는 담의 증세가 약화되기를

나이 들어 점점 기력이 약해져 가는 몸에 힘주시기를

엄마의 마음속에 있는 소망들이 이루어지기를....


매주 일요일 오후면 손주들이 교회 예배를 드린 후 찾아와 놀다 간다.

이제 덩치들도 커져서 많이들 먹는다며 아이들 먹거리 준비할 것 몇 가지 사신다고 따라 나오셨다.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내내 내가 찬송가를 불러 만든 CD를 틀어놓고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목이 쉬도록....


 

The wonder of it all-just to think that God loves me. - Shea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은 그저 생각한 해도 너무나 경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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