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검은 봉지

평화 강명옥 2006. 12. 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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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한쪽 어깨에는 핸드백을 매고 다른 쪽 손에는 검은 봉지를 들고 출근길에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다가 중간에 섰고 한 사람이 들어섰다.

나처럼 한쪽 어깨에는 핸드백이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똑같은 모양의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의 검은 봉지에 시선을 잠시 주었고 새로 탄 사람은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1층까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참으로 민망한 마음이라 보통 때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두 사람 다 전날 음식쓰레기를 미처 내다버리지 못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두 사람은 앞뒤로 나란히 걸어갔다.
앞 사람이 음식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검은 봉지를 털어 넣더니 자리를 비킨다.
나도 통 앞으로 가서 봉지를 털고는 옆에 그런 검은 봉투들을 넣는 커다란 드럼통에 봉지를 넣었다.

그리고는 앞에 가던 사람은 큰 길 쪽으로 걸어가고 나는 다른 방향의 샛길로 들어섰다.

평소 퇴근할 때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 사들고 올 때가 있다.
그러면 나처럼 필요한 한두 가지를 사들고 가는 모습들을 많이 본다.
때로는 저녁 장을 잔뜩 봐가지고 가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그 손에는 슈퍼마켓 이름이 적힌 하얀 봉투들도 있지만 대부분 검은 봉지들이다.
크고 작은...

바깥일을 하든 안하든 집안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아내요 엄마의 모습들이다.
그래서 주부는 날이 갈수록 기운이 떨어져도 팔 힘은 세어지는 것 같다.
오늘도 내일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검은 봉지를 든 모든 손길에 축복이 함께 하기를!




It's one thing to know there is a God;
it's quite another to know the God who is.
하나님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아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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