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12월엔 우리가 쏘기로 했어요!

평화 강명옥 2006. 12. 2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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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당히 어린 후배와도 잘 만난다.

따지고 보면 수양아들, 딸보다도 어린 후배들인데 친구 만나듯이 만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린 후배들을 잘 봐주는 것인지 어린 후배들이 나를 잘 봐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근 일년 만에 후배를 만났다.

믿음 좋고 성실한 후배는 지금 4년 넘게 좋은 일을 하는 민간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후배 모습은 일에 찌든(?) 피곤한 얼굴이었다.


“오랜만이다. 완전히 일에 몰두해 사는 모습이구나.”

“아니요. 실은 어제 가까운 사람들끼리 송년회를 했는데요. 저희 집에 초대했어요.

  제가 음식을 다 만들었거든요.“


공부에든 일에든 열심인 것은 알았지만 음식 만들기에도 열심인줄은 몰랐다.   


“네 신랑은 정말 복 많은 남자구나.”

“신랑이 음식은 안 가리는데요. 제가 맛있는 것 만들어 먹기를 좋아해서요.

  늘 한 끼 먹을 만큼만 해서 먹구요. 그 대신 신랑은 다른 집안 일 많이 도와줘요.“

“난 남이 해주는 것은 무엇이든지 잘 먹는데...”

“그럼 선배님하고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겠네요.”


그리고는 한참 지금 일하는 곳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혹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선배님을 만날 때마다 건강이 안 좋으셨던 것 같아요.”

“어, 그랬나?”


생각해보니 몇 년 전 교통사고 당해서 병원에 있을 때 이 후배가 다른 후배와 같이 와서 병실 옆 침대에서 자고 간적도 있다.

앞으로 후배에게 이미지 개선(?) 좀 해야겠다.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후배가 앞서 나가더니 오늘은 자기가 점심 값을 내겠다고 한다.

우리 사무실 앞에 왔는데 절대 그럴 수 없고 네 사무실 앞에 가면 내라고 했더니 적극 막아서며

“오세요. 오세요. 저희 사무실에도 오세요.”

“얘야, 내가 월급 많이 받아. 내가 좀 내자.”


둘이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후배가 하는 말에 뜻이 있는 것 같아 지기로 했다.


“신랑이랑 12월에는 우리가 무조건 쏘기로 했어요. 그동안은 우리가 많이 절약했거든요.”

“그래, 알았다.”


잘은 몰라도 후배 부부간에 12월에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밥을 사자는 좋은 약속을 한 것 같아 양보했다. 


가끔 후배들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도 배우는 것이 많다.

철드는 것이 나이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살아가며 더 알게 된다.




The character of our children tomorrow depends on what we put into their hearts today.

내일 우리 아이들의 인격은 오늘 그들의 마음에 무엇을 담아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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