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그 많은 시간 다 뭐했어? (1)

평화 강명옥 2001. 12. 6. 18:38
반응형
SMALL
결혼 후 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결혼 전 그 많은 시간 다 뭐했어? 운전을 할 줄 아나, 그렇다고 무슨 악기를 배웠나? 운동을 제대로 하는 게 있나...."
"뭐했긴....일하고 교회 가고 친구들 만나기도 시간이 없었는데...."

맞는 말씀이었다.
내 나이 38살에 결혼했으니 남편 관점에서 보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으로 보일 법도 했다.

운전에도 관심이 없었고 성가대 활동은 했지만 악기에도 관심이 없었고 운동은 더더욱...
아니다 운동에 관한 시도는 해봤었다.
테니스 한다고 회비만 내고 서너 번 참석했다가 일 때문에 빠지면서 영영 가지 못한 적이 두 번 있었다.

그리하여 결혼 후 남편의 외조로 여러 가지를 손대게 되었었다.
운전은 학원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 3년 후에 간신히 땄고 또 3년을 운전하지 않는다고 버티다가 최근에 본격적으로 차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악기.....기타를 잘 치고 고등학교 시절 락그룹을 결성하여 기타리스트이자 싱어로 활약하면서 연주공연까지 했던 전력이 있는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는 피아노 반주를 하며 부르기를 좋아한다.

오로지 노래(?)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남편에게 기타를 배우겠다고 했다가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 포기했었다. 약간의 다툼(?) 끝에...

그러다가 3년 전 사무실을 정리하고 나서 마음먹고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피아노학원에 등록을 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나이 먹은 아줌마가 기초부터 배운다고 하니 두어 달 하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던 피아노 선생님은 1년이 되어가자 무척 놀랐다고 했다.

처음에는 6살 7살 꼬마들이 내가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들여다보곤 했다. 신기한 아줌마로 보였던지...
진도도 제법 빨리 나가서 어찌하였건 계속하자 생각했었는데 그만 이런 저런 일들이 늘어나며 중단한지 2년이 되었다.

남편이 골프를 좋아하고 잘해서 나중에 늙어도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골프레슨을 받았다.
딱 한달...진도가 빨리 나간다고 잘 해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 한달 후 사무실을 정리하는 바람에 집 근처에서 계속 레슨을 받을까 어쩔까 그러다가 자기가 가르쳐주겠다고 남편이 나서서 남편과 계속 연습을 하였다.
이후에 몇 번 필드에는 나갔으나 그다지 흥미가 일지 않아 중단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구청에서 하는 강습 한달을 다니고 그 때 만났던 젊은 아줌마들과 함께 팀을 짜서 개인교습을 2개월 했는데 같이 하던 새댁이 임신하는데 테니스가 격렬한 운동이라고 중단하고 나서 바로 임신하는 것을 보고 나서 나도 그만두었다.
나의 중단 이유를 들은 남편 왈 "운동선수들은 전부 아기를 못 낳겠구만..."


반응형
LIST

'살아가노라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하늘입니다.  (0) 2001.12.06
신혼의 서러움은 지나가는 것...  (0) 2001.12.06
운전에 관한 일화, 그 뒷이야기  (0) 2001.12.06
오밤중의 대화  (0) 2001.12.06
밟아, 밟아, 또 밟아  (0) 200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