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신혼의 서러움은 지나가는 것...

평화 강명옥 2001. 12. 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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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하고 나서 많이 바뀐 점이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40가까운 나이에 결혼하기까지 거의 울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태평스러운 성격과 강심장(?)으로 사회 생활을 했었다. 남자에 대한 여자의 무기가 눈물(?)이라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남편과 둘이 하는 사회생활은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가 되어 가는데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결혼 초기에는 왜 그리 남편에게 서운한 것이 많던지....하루 중 남편과 좋은 감정으로 지내는 시간이 다이고 나를 섭섭하게 만드는 시간은 그저 잠깐이었는데 그것이 무지 서러웠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남편 인상이 바뀐다던가 하면 바로 눈물이 툭툭툭...
목소리가 조금 올라가려고 해도 바로 후둑둑...
뭔가 불편하다는 눈빛만 봐도 그냥 툭툭툭....
저녁에 늦게 들어와도 도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건가 툭툭툭

한 번은 애써 마련한 저녁 식탁에서였다. 이것 저것 맛보고 먹기 시작하던 남편이 불쑥 불퉁거리는 목소리로 반찬에 대해 뭐라 타박을 하는 것이었다. 워낙 식성이 좋고 평소 그런 말이 없어서 정말 신랑 잘 만났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미역국, 김치찌개 다 남편한테 만드는 법을 배웠을 정도이니 매일 식사를 준비하는 나의 부담감은 컸었다.

타박을 듣는 순간 통곡(?)을 할 것 같아 그냥 일어서서 화장실로 들어가 칫솔을 물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눈물은 쏟아지지 울지 않으려면 그 방법밖에...밥 먹다 말고 갑자기 일어서는 것을 본 남편은 놀라 뒤 따라 와서 보고 상황이 파악되자 바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남편의 애교에 그만 흘리던 눈물을 수습하지 못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후 농담 삼아 곧잘 남편은 말한다.
'제발 양치질은 하지 마.'

돌이켜 보니 내가 남편과 부부로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너무 아기(?)가 되어버렸던 데 그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던 독립적인 생활에서 결혼하고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었는데 그만 심정적으로 너무 기댔던 것 같다.

얼마 전 남편이 아침에 여름 양말 집었다가 놓고 다른 양말을 집는 일이 잦아진다고 여름양말을 정리하라고 하였다. 알았다고 하고는 잊어버렸다. 며칠 전 같은 일이 일어났다. 틀림없이 하겠다고 했더니 남편 왈 "내일 아침에도 또 그럴 거야." 하는데 걱정 말라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 병가중이라 약 먹고 자는 생활을 하다보니 또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 다음 날 아침 남편 말대로 나는 그만 급하게 챙겨준다고 챙긴 양말이 여름 양말이었고 그 다음에 다른 양말을 집어 준 것이 하필 짝짝이...


남편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인상을 쓰며 한마디했다.
"나를 생각하기는 하는 거야? 나 나가면 잊어버리고 살지?"
민망해서 얼른 얼른 챙겨 남편이 출근하도록 하였다.

신혼 초였다면 남편의 태도는 내게는 비극이요 자살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요즘은 상황이 바뀌었다. 남편 출근 1시간 후에 전화해서 출근 잘 했냐고 미안하다고 오늘 하루 좋은 기분으로 일 잘하라고 애교(?)로 말하고 저녁 퇴근 무렵 전화해서 오늘 잘 보냈느냐고 퇴근 후에 잡혀 있는 모임에는 잘 다녀오라고 남편 안 보인다고 잊고 사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 애교(?)를 부리고 남편 웃는 소리 듣고 마무리했다.

이제는 눈물보다는 사태 수습을 어떻게 하는가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을 보면 웬간히 결혼 생활을 했다는 징표가 아닌가 싶다.


Ill-gotten treasures are of no value, but righteous delivers from death.(Proverbs 10:2)

불의의 재물은 무익하여도, 공의는 죽음에서 건지느니라.(잠언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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