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밟아, 밟아, 또 밟아

평화 강명옥 2001. 12. 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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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시작하고 나서 첫 번째 간 것이 해외 출장간 남편 마중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100-130 속도로 달릴 때 70-100사이를 왔다 갔다하면서 마구 추월하는 차들 보내면서 그렇게 인천공항에를 갔었다.

특히 요즘에 해외 출장이 부쩍 잦아진 남편 덕에 공항 갔다 온지 이틀만에 이번에는 환송하러 가게 되었었다.
그것이 나의 두 번째 과업이었다

가는 길에 계속되는 남편의 이야기...
"밟아... 밟아...또 밟아...어, 오른쪽으로 너무 왔어...밟아.. 밟아...왜 자꾸 왼쪽으로 가...밟아.."
가는 길 약 50분 동안 밟으란 소리 스무 번도 더 들었
다.

그리고 며칠 후 성경공부 인도자 수련회가 있던 토요일 저녁.
차를 끌고 가는데 빗방울이 돋더니 제법 앞을 가렸다.
그러나 와이퍼를 작동시킬 줄 몰랐다.
창문은 계속 줄줄...어두워져서 차선도 안보이고. 이러다 사고나겠다 싶은데 멈출 수도 없고.

그런데 갑자기 라디오 소리가 크게 나온다.
운전을 하다가 뭘 잘 못 건드린 것 같았다.
끌줄을 알아야지...소리라도 줄이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겠고...
어 시끄러워, 왜 이렇게 앞은 안 보이는거야. 완전 악전고투였다.

가다가다 교회로 들어가는 샛길로 접어들었는데 그만 나오는 마을버스 길 내준다고 비켜섰다가 완전히 갇히는 바람에 빠져 나오지 못해 10분 소비..
그러다가 빠져 나오는 과정에 정차해 있던 차를 슬쩍 건드리고 하면서 시간 잡아먹고 뒤에 차는 줄서서 기다리고..그렇게 다녀왔다.

오늘 아침 처음으로 남편 출근길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하늘같은 남편에게 데려다 준다는 표현은 쓸 수 없으니까..

장난 아니게 차들이 엉기는 복잡한 길을 뚫고 나가면서 남편이 옆으로 들어가라는 바람에 돌진(?)을 했더니만 기겁을 한다.
평소 여자들이 무지막지하게 끼어 들어온다는 이야기 를 들었는데 바로 옆에 있었다고.

간신히 출근 시간 늦지 않게 도착해서 내려 드리고(?) 집에 돌아와 주차시키고 차를 둘러봤다.
그동안 몇 번 좁은 길을 통과하다가 슬쩍 슬쩍 부딪쳤었는데 확인을 안 했던 터라 마음이 찜찜했었다.

몇 번 다니지 않았는데 이미 차 여기저기에 자랑스러운(?) 흔적이 있고.
아뿔싸...허옇고 넓게 긁힌 자국이 너무도 길게 나 있는데 차가 검은 색이라 보기 흉하다.
하이고..차를 아끼는 남편에게 이걸 어찌 이야기 하나...

어찌하였건 긴 공항 길 몇 번씩 오가면서 밟으라고 했던 남편의 독촉 덕분에 비록 보름도 안되었지만 이젠 제법 밟고 다닌다.
온 몸이 긴장으로 굳은 채...그리고 차에 올라타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오로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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