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오밤중의 대화

평화 강명옥 2001. 12. 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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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흥이 많은 사람이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술자리를 좋아하고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춤추기를 좋아하고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요즘은 일 때문에 겨의 매일 저녁 식사를 사무실에서직원들과 하지만 옛직장으로 복귀하기 전인 몇 달 전만 해도 거의 매일이 술자리였다. 워낙 보자고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조절도 하기가 어려웠다.

신혼 초에는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혹시나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은 아닌가 별 걱정을 다하면서 뒤베란다에 서서 몇 시간씩이고 아파트로 들어오는 차들을 지켜보고 있던 적도 많았다.

그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마음 편하게 기다린다.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인터넷을 뒤지기도 하고....나는 남편이 들어오기 전까지 잠을 안잔다. 아니 못 잔다. 이 것을 남편이 잘 알기 때문에 몇 시에 들어오든 들어온다는 전화를 한다.

한번은 집에 도착했다는데 내려오라고 해서 택시비가없나? 하면서 내려갔더니 남편 왈 택시 타고나서 집에 온다고 보고전화를 하는 것을 듣고 기사가 이 시간(네시쯤 되었나..)까지 부인이 잠을 안자고 기다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랬다고...늘 장난기가 많다.

내가 남편에게 통행금지 시간으로 선언한 시간은 새벽 1시였다. 그러다가 잘 못 지켜서 새벽 2시로 연장해주었다. 만나는 사람들의 행태를 대강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행금지 시간을 넘긴 남편에 대한 벌칙은 엉덩이 때리기이다. 일단 반갑게 맞아주고 나서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바로 철썩철썩....

남편이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날은 평소보다 분주해진다. 평소 애정표현을 잘 못하던 사람이 애교(?)가 늘고 나를 등에 업고 거실을 뱅뱅 돌거나 손잡고 춤추거나....사랑 받는(?) 시간이다.

그리고는 라면이나 참기름에 비빈 밥이 먹고 싶다고 하면 그 시간이 세시가 되었든 다섯시가 되었든 준비를 해서 같이 나눠 먹는다. 오밤중에...

그리고 나면 잠이 올 때까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해서 어떨 때는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잠자리에 들 때도 있다. 이 때 평소 못 들었던 속내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또 하나 꼭 그 한밤중에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하고 싶어하는데 말리느라 실랑이를 많이 벌였고 이제 이 습관은 많이 억제되었다. 언젠가는 방음장치가 된 피아노방을 마련해 줄 참이다. 언제든 치고 싶을 때 치라고..

오랫동안 남편이 스스로 술을 자제할 수 있기를 기도해왔는데 응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도 든다. 그것은 이제 남편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힘이 들어서 하는 자제이기 때문에...

The fear of the Lord is the beginning of wisdom,

and knowledge of the Holy one is understanding.(Proverbs 9:10)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잠언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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