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문화센터 서예반 막둥이

평화 강명옥 2001. 12. 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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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이가 안 생기는 것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요인인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니던 직장을 정리했었다.

그 때 마침 남편이 서예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 가까운 백화점 문화센터에 알아봤더니 토요일 반이 있었다.
당시 남편은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참석할 수 있겠다고 해서 같이 등록을 했었다.

첫날 서예반에 갔더니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나이 드신 아주머니, 할머니들이었다.
남편은 당연히 청일점.

서예를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70대 중반이 넘으신 유모어가 넘치시는 할아버지이셨다.
선생님은 청일점인 남편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이셨는데 그만 바빠지는 일로 인해 세 번 정도 나가고 그만 두게되었다.

남편 덕분에 시작하게 된 서예는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고 글꼴이 잡혀가는 것이 흐뭇하기도 해서 거의 매주 참석을 하였다.
두시간씩 글씨 쓰고 옛 고전도 배웠다.

어느 모임을 가나 이제는 제법 나이 든 축에 속하는 내가 이 서예반에서는 막둥이었다.
50대에서 70대이신 분들이 다수이시고 서너 명이 40대였다.

문화센터 안에 두 개의 서예반이 있다.
10년 정도를 매주 그렇게 모여서 글씨를 써와서 거의 회원이 고정적인 반과 내가 다녔던 초급반 그렇게 두 반이 있다.
초급반의 구성원도 대부분이 고정회원이었다.

11시 50분에 시작하는 초급반은 오후 1시 50분에 끝나는데 점심 시간이 끼어 있어서 쓰다보면 출출해졌다.
몇 년 동안 계속 반장을 맡으신 분이 집 근처 떡집에서 맛있는 떡을 사오시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중간에 잠깐 '떡 먹는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들 그 시간을 기다리곤 하였다.
막둥이인 나는 반장님을 따라가서 자판기의 커피를 뽑아오고 떡을 나누는 일을 자주 맡았다.

그 시간에는 영감님들 이야기부터 며느리 이야기까지 아주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갔는데 들으면서 참 마음과 삶이 고우신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었다.
어쩌다 한번씩 빠지게 되면 무척 들 서운해하고 만나면 담담하면서도 반갑게들 맞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예술대회에 출품도 해보고 그래서 세종홀에 글씨가 걸려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일이 생기면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시간의 여유가 생긴 이제 다시 등록해서 다닐 생각이다.
생각만으로도 좋으신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 무척 설렌다.

나를 못 보게 되어서 서운해들 하신다는 반장님의 전화를 받은 지 1년 반이 지났다.
좋은 만남보다 더 기쁜 일은 드문 것 같다.

 

 

Spending quiet time with God will bring quiet rest from God. 하나님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하나님께서 조용한 휴식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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