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교회 (4)

평화 강명옥 2001. 12. 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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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고 서울에 올라와 교회에 나갔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새로 교인들이 많이 늘었고 모르는 얼굴들이 많았는데 마치 내가 기존 교인이 아니라 새로 나온 사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동안 하지 못했던 성가대에 다시 들어갔고 예전에 늘 앉았던 성가대석에 앉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한동안 성가대 활동을 비롯해 교회 일을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새로 들어와 자리를 잡으신 분들에게 오히려 내가 낯설었다는 것이었다.

성가대 연습 시간에 한 집사님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런데 권사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마흔 둘인데요."
"저보다 아래시네요."
"예..."
"그러지 않아도 취임식 때 보면서 웬 새색씨가 벌써 권사가 되나 생각했었어요."
취임식 날 유일하게 내가 가지고 있던 한복을 입었는데 그것은 결혼식 때 했던 한복이었다.
노란 저고리에 다홍치마....

얼마 후 새로운 성가 대원들이 들어왔고 성가 연습이 끝난 어느 주일 저녁을 같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였다. 새로 들어온 집사님들 중 한 집사님이 역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요 권사님 나이가 어떻게 되요?"
"마흔 둘이요."
"저보다 한 살 위네요."

더욱 접촉이 없는 성도들은 이름과 얼굴을 잘 맞추기 어려우니 오며가며 부딪히게 될 때는 당연히 집사로 불린다. 내가 되어야 할 나이가 아니라 너무 미리 되어서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의무감만 가득 안고 있을 뿐 이름에 걸 맞는 봉사를 하지 못하고 있어 늘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지낸다.

하나님께서는 '아직 아닌데요.' 당황할 만큼 준비가 안되어 있던 학생시절에 나를 집사를 만드시고 2년이 지난 후 즉 학교 졸업 후 여러 가지 일을 맡기셨었다.

내년이면 '정말 아직 아닌데요.' 더 준비가 안되어 있던 나를 권사로 만드신 지 2년이 지나게 된다. 나는 요즘 은근히 속으로 떨고 긴장하며 살고 있다. 기대와 함께...틀림없이 내가 맡아서 해야 할 일들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Praise has the power to lighten our heaviest burden.
 찬양은 우리의 가장 무거운 짐도 가볍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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