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야말로 펄펄 뛰셨다.
성경을 찢어버리겠다고 폭언을 하시면서.
어머니가 새댁 시절 지금은 3,000명 신도로
커진 친정 동네의 교회가 - 내가 중·고 시절 3년을 다닌 모교회다 - 닭장을 개조한 허름한 방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한 때부터 몇 년을 열심히
다니셨고 실제적으로 교회에 제법 많은 기여를 하셨다고 했다.
나와 동생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 오면 아버지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힘들었다는 말씀도 간혹 하셨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사업이 여러 번 무너지자 별로 교회에 더 이상 기여하는 것이 면목 없어 발길을 끊었다고
하시는 어머니.
놀러 다니기 좋아했던 내가 휴가 첫날부터 문닫고 들어앉아 성경을 보는 모습이 그렇게 어머니를 화나게 할 줄은
몰랐다.
'오늘이 첫날인데 앞으로 보름동안 이것을 어떻게 하나?' 방법이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이틀 째 아침 어머니가 새벽에
어딘가 다녀오신 듯 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앉아 성경을 계속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어머니는 종일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궁금해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침 일찍 어디 가셨었어요?"
"......"
"어디
가셨었는데요?"
"......"
몇 번을 더 묻고서야 나는 어머니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무섭게 화를
내시고 난 후 대문을 나서시다가 그 옛날 28년 전 교회에 같이 다녔던 나이 많으신 권사님과 마주쳤다고 한다.
허리가 굽으신 그
할머니 권사님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교회에 나오라고 간절하게 권하셨고 항상 이웃들과 사이가 좋으셨던 어머니는 그 권사님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 다음날 새벽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오셨다고 했다.
그것은 어머니가 교회를 떠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에
발을 들여놓으신 사건인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Don't study the Bible to be able to quote it; study it to obey it.
인용하는데 쓰려고 성경을 공부하지 말고 순종하기 위해 공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