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이야기

무지개

평화 강명옥 2001. 12. 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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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하나님 곁을 떠났다가 (사실은 떠나지도 못하고 떠났다고 생각했던) 돌아온 후 모든 것이 바뀌었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감사하고 길을 가다가 버스를 타도 감사하고 일이 잘되어도 감사하고 하늘이 파란 것도 감사하고 무엇인가 안되면 나를 가르치시느라고 그렇구나 생각되고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하고 기뻤다.

그렇게 기쁨의 격랑이 지나간 후 일상이 차분하게 진행되던 어느 날 토요일 오후에 퇴근 후 인사동을 지나 종로로 가는 길이었다. (당시 일하던 사무실이 계동에 있었다) 직장은 지극히 안정된 상태이고 생활에 전혀 불만이 없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뭔가 미진한 것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아직 결혼전이라 앞으로 나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그리고 무엇인가 시도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 이렇게 아침에 출근하고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일상을 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

자연히 고개는 땅으로 떨어지고 생각은 점점 안으로 들어가고 어쩐지 기운도 떨어진 듯 하고...살다가 갑자기 인생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는 것도 견디기 힘든 일인 듯 하였다. 그렇게 기운 없이 걸어가다가 갑자기 무슨 힘인가에 의해 숙였던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커다란 무지개...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그 날은 비가 오지 않은 날이어서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종로 한 복판에 무지개가 뜰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환상을 보았나 싶어서 멈추어 서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여전히 커다랗게 반원을 그리며 떠 있는 무지개를 보며 느낀 감격이란. 그리고 가슴 가득히 차 올랐던 감사와 벅찬 기쁨.

하나님이 나를 위로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것이 착각이자 아전인수적인 해석일수도 있겠지만)이 들었고 그 무지개는 색깔도 선명한 모습으로 내가 종로로 걸어가는 10여분간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홍수 이후 하나님께서 다시는 물로 인간을 멸하시지 않겠다는 언약의 증거로 주셨다는 무지개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간과 장소에서 보았을 때의 감격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무지개의 모습과 함께 생생하다.

그 때 내게 다가온 무지개는 소망의 무지개, 소생의 무지개였고 기운이 떨어질 일이 생기면 늘 떠오르는 위로의 무지개이다.

 

 
To keep your life in balance, lean on the Lord.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주님께 의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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