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건망증...

평화 강명옥 2001. 12.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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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요즘은 스스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상생활에서 자꾸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망증이다. 아무리 많은 일이라도 쓰지 않고 머릿속에서 생각해서 처리해 왔으나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아침에 출근해서 할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자세하게 기록을 한 후 일을 하지 않고는 어느 구석에서인가 빠지는 사항이 생긴다.

이 건망증은 장보기 할 때 결정적으로 나타난다. 자신만만하게 장을 보고 들어와 정리하다 보면 꼭 한가지씩 사고자 했던 것을 누락시키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이제는 아예 처음부터 살 물품 목록을 적어 가지고 다닌다.

어느 날 동창 모임에 나가서 건망증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장난이 아니었다.

건망증 이야기만 몇 시간을 했을 정도이니...한 친구는 핸드폰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그렇게 찾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일이 또 한번 일어났다고.  다른 친구는 남편과 외출할 때마다 중요한 것을 한가지씩 놓고 다니는 바람에 남편이 늘 뒤쫓아 다니면서 챙긴다는 것이다. 어느 때는 핸드백도 놓고 온다고. 어느 친구는 외출할 때마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가스 불을 껐는지 문을 잠궜는지 도통 기억이 없어 다시 돌아가 확인하느라 영 피곤하다고.

다음 증세는 손에 힘이 없어져 자꾸 물건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의식을 하고 단단히 붙잡지 않으면 종이든 그릇이든 손에서 놓치는 일이 종종 발생해서 이거야 정말 문제다 싶었는데 친구들도 이 말에 다들 이구동성으로 동조를 하였다. 생전 안 깨던 그릇을 깨는 적도 있다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이 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다음은 다리에 힘이 없어져 어느 장소에 가든 앉을 자리만 눈에 들어오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더불어 오래 걷기가 힘이 들어진다는 것이다. 도대체가 몇 시간을 걸어도 끄덕 없던 튼튼했던 다리에 어느새 황혼이 깃들어 불과 몇 십 분을 걸어도 아파서 더 걷지를 못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서러운(?) 일 같다.

자진해서 편한 어머니용(?) 신발을 신고 교회에 처음 간 날 어느 권사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시면서 비명(?)처럼 말씀하시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권사님, 이게 웬일이야..「.여포화」를 벌써 신다니...에구 나는 못 신네".
"예? 「여포화」라니요?"
"여자를 포기한 신발이요" 그 권사님은 50대 중반이시다.

「여포화」이야기를 들은 후 뭔가 내가 팍(?) 늙은 것 같아 한동안 다시 구두를 신고 다녔다. 그러나 점점 통증이 심해지는 발을 어떻게 당해내랴... 이번에는 다시 자진해서 발 아픈 것을 고친다는 완전히 치료용 신발(이 신발은 어머니용 신발보다 더 투박하게 생겼다)을 신기 시작했고 웬만한 자리가 아니면 이 신발을 줄 창 신고 다닌다.

오는 백발 막았더니 지름길로 오더라고...
세월을 인정해야...이것도 아마 나이 든 탓....


 

Spend your time counting your blessings-not airing your complaints.
 불평을 털어놓는데 시간을 쓰지 말고 축복을 세어 보는데 시간을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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