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운전에 관한 일화 - 운전치

평화 강명옥 2001. 12. 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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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전은 현대인들에게 필수를 넘어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기본사항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습관에 대한 열정이 별로 없는 내게는 운전이 관심이 가는 분야가 아니었고 4년 전에야 비로소 남편의 지극한 외조로 면허를 따게 되었다.

면허를 따 놓고도 아주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내가 차를 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핑계로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다 생각이 있어서 운전학원에 등록시키고 매일 데려다 주고 연습할 동안 기다려주고 하며 간신히 합격시켜 놓은 남편에게 나의 태도는 황당함을 넘어 기이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거리 주행 연습을 한다고 남편이 옆에 앉고 몇 번 운전을 한 적이 있는데 처음 해보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나? 차선 바꾸라면 아주 담대하게(?) 바꾸는 바람에 주변 차들이 기겁을 해서 피하고 거의 앞의 차를 들이받을 뻔 하는 등의 나의 운전치(음치에서 따온)에 남편은 너무 놀라 화도 내지 못하였다.

그 후 남편은 정말 눈물겹게 나를 설득해서 운전대를 잡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나는 정말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으로 일관했고 같이 차를 탈 때마다 신경전이 벌어졌다.

얼마나 내가 같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는지...그만큼 남편은 답답했겠지만 나 역시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하기 싫은 것은 싫은 것이지.

나를 운전시켜 보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포기한 후 남편은 탄식하며 이야기했다.
" 보통 사람들은 운전을 배우고 나면 차를 되도록 많이 타보고 싶어한다는데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문제는 그 것 뿐만이 아니었다. 차를 같이 타고 다닌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나는 차의 창문을 열고 닫는다든가 차 천정의 등을 켜고 끈다든가 좌석을 앞으로 끌던가 뒤로 민다든가 하는 것을 하자면 늘 허둥대며 잘 못한다. 당최 어떻게 해야하는지 선뜻 손이 잘 안 가서 그러는데 남편은 그런 나를 아주 기기묘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 말씀 할 때가 있다.

"기계 다루고 대하는 거 보면 70대 할머니 보다 더 감각이 없어".
"그러게 영 자신이 없네, 나도 알아 내가 기계치라는거"
큰소리로 순순히 인정을 하니 더 이상 말다툼이 있을 리 없다.

한 발 더 나가 "참 어느 게 악셀레이터지요?" 하고 물었던 것이 결정적으로 남편으로 하여금 나를 운전하게 만드는 것을 포기하게 한 수훈작이었던것 같다.

그러나 알고 있다.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내가 필요해서 스스로 자진해서 운전대를 잡을 날이 오리라는 것을...

Venture into the unknown with faith in God. 하나님을 믿으며
미지의 세계로 과감히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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