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이야기

인터넷과 빨리빨리족

평화 강명옥 2007. 10. 2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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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요르단과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면서 완전히 잊고 산 것이 있다. 인터넷! 일단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웠고 어쩌다가 기회가 되어서 접속을 하면 정말 인내를 요할 정도로 화면이 안 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에 있어서는 최선진국임을 실감하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기 전 몇 시간 여유가 있어서 메일 정리를 하려고 했더니 한 화면 뜨는데 몇 분씩 걸려서 참을성 연습을 많이 하였다. 요르단에서 일단 웬만한 메일을 정리하고 왔는데도 열흘 정도 밀린 것을 보니 3백통이 넘게 들어와 있다. 한국에서라면 5초도 안 걸릴 작업이 30분도 넘게 걸리고 지켜보자니 인터넷에 있어서의 속도가 사회의 속도와 비례한다는 것을 저절로 느끼게 되었다.


과거 글자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살아가는데 있어 천지 차이였다면 현대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고 모르는 인터넷맹의 차이는 현대와 과거의 차이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에티오피아에서 그래도 전용선이라고 빠른 것을 사용한다고 해도 인터넷 게임이 어려워서 현지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고 지내게 된다고 한다. 역으로 불편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겠다.


한국인들의 성격이 급한 것은 이미 세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데 인터넷 속도에 있어서 이 성격 급한 것이 많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빨리 빨리” 웬만한 외국 도시 상점에 가면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나 국가에 가면 들을 수 있는 한국인을 상징하는 이 단어가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후진국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원동력일 수도 있겠다.


후진국에서 살자면 무엇보다도 느린 행정과 느린 삶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이번에 해외를 다니면서는 느린 삶보다는 느린 인터넷이 더 괴롭게 느껴졌으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빨리빨리”족이란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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