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시인 허금주를 다시 만나고 나서...

평화 강명옥 2009. 5. 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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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 휴가 때 ‘해변시인학교’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동해안 작은 항구에서 열렸는데 숙박은 근처 초등학교 교실에서 했다.

 

참가자들은 조별로 흩어져 각자 준비해간 침구로 깔고 덮고 잤다.

그 때 딱딱한 교실 마룻바닥에서 잠자느라 어찌 힘들었는지 그 이후부터 여행갈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숙박 장소가 되어버렸다.

 

시인들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그러나 생활 때문에 멀게 사는 일반인들 그리고 시인 지망 학생들이 어우러진 모임이었다.

조별로 어울려 밥을 먹고 시낭송을 하는 며칠간의 생활은 마치 학생시절의 수련회 같았다.

그 때 나는 친구와 같이 참여했었는데 우리와 자연스럽게 어울린 꼬마(?)가 있었다.

시인지망생으로 대학 2학년생이었던 허금주였다.

친구와 나는 금주를 상당히 귀여워하며 지냈었다.

 

‘해변시인학교’가 끝난 후에도 몇 년에 걸쳐 친하게 만났고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자연스럽게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연결이 끊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부 1학년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강의를 하고 있는데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 중에 앞자리에 앉은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기에 나이가 있어 보였는데 요즘은 나이 많은 학생들이 많은지라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의가 진행되면서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그 학생에게 자주 눈길이 갔고 강의가 끝난 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뭔가를 이야기하려는 순간에 학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저 허금주에요. 기억하시겠어요? 지금 여기서 강의를 하고 있어요.”

 

그러자 이십년 전 깜찍하고 귀여웠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추억 한 귀퉁이에서 있던 기억들이 몰려왔다.

 

“그렇구나. 금주구나!”

 

알고 보니 학위를 받고 시인으로 또 평론가로 활동을 하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번에 특강 강사 이름이 ‘강명옥’으로 되어 있어서 나인지 궁금해서 강의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반갑게 손잡고 강의실을 나섰지만 그 시간 이후 내가 다른 곳에 특강이 잡혀 있어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다음 주로 잡았던 약속은 휴일이라서, 그 다음 주는 금주의 일 때문에 미루어져서 세 번째 주가 되어서야 만나게 되었다.

음식점과 커피숍으로 이어진 몇 시간의 만남으로 중간에 끊어진 이십 여 년 세월이 이어졌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허금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 외에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금주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모습 역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번에 허금주를 만나고 나서 새삼스럽게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얼굴들을 떠올렸다.

일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고 살면서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남는 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인 허금주의 시를 앞으로 꾸준히 찾아서 읽어볼 참이다.

 

 

 

앞줄 맨 오른쪽이 글쓴 이, 바로 뒤에 빨간 머리띠의 허금주, 옆자리가 친구이다.  

 

밥 먹을 때에도 나, 친구 허금주 순으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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