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노후대책으로 자격증 12개 준비한 李 理事

평화 강명옥 2009. 12. 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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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대학 졸업 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업무부였다.

수출입관리를 하는 업무부에서 말단인 내 위에는 나보다 일 년 일찍 입사한 직원이 있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나이로는 나보다 4년 위인 李선배다.

 

李선배는 워낙 성격이 좋고 대인관계가 좋아서 직원들 모두와 친하게 잘 지냈다.

한창 일이 많고 야근이 많던 시절이라 부서 전 직원이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먹고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

어쩌다 일찍 끝나도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며 함께 시간들을 보내고는 했다.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8년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것이 20년 전이다.

적어도 이사까지는 할 줄 알았다는 기대를 저버리고^^

과장 승진 직전 姜대리로 퇴사한 나는 여전히 대리로 불리다가 요즘 姜여사로 승격했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 입사동기들 중에는 사장도 나오고 상무도 나오고 다양하게 자리들을 잡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업무부 부서장 주재로 현재 차장들과 예전 OB직원들 몇 명이 송년회를 가졌다.

 

입사시절 바로 위 사수였던 鄭대리는 이제 환갑이 되고 벌써 할아버지이다.

은퇴 후 컨설팅회사 회장으로 외국을 바쁘게 다니고 있다 한다.

바로 위 선배였던 李선배는 계속 현대에 있다 올 봄 퇴직을 했다고 하였다.

함께 어울려 다니던 權대리와 朴대리는 두 사람 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도 많았지만 철마다 등산을 다니고 야유회도 다닌 터라 예전 사진들을 보면 현대에 다닐 때 찍은 사진들이 상당히 많다.

송년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당연히 예전 사람들 이야기이다.

거의 30여년 전 일들인데 어찌 그리 생생하게 떠오르고 이야기들을 하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이야기 하는 도중에 어쩌다 노후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李선배가 명함을 하나 건네주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찾다가 아파트 관리소장을 해보겠다고 준비를 했다 한다.

 

명함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 적혀 있는 자격증 및 교육이수 내용이었다.

몇 년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따 놓았다고 했다.

주택관리사(보), 2급방화관리자, 위험물안전관리자, 가스시설안전관리자, 승강기안전교육이수, 하자관리실무교육이수, 안전점검교육이수, 소방관리실무교육이수, 회계실 무 및 관리실무교육이수, 부동산투자분석사

 

그리고 지금은 조경관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성격 좋고 사람 좋아해서 늘 약속이 많은 李이사를 새로 보게 되었다.

언제 이렇게 자격증을 따고 교육을 받았느냐고 하니 나름대로 시간을 들였다고 했다.

그래서 송년회에 참석했던 사람들 모두 박수를 쳐주었다.

그 노력과 성실함에....

 

참석자 중에 아파트 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람이 둘 있었는데 요즘 새로운 관리소장을 찾는 중이라고 하면서 한 마디 했다.

 

“이 자격증들도 좋지만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에서 30여년 가까이 무역,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했다고 쓰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요즘 은퇴해서도 새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을 하고 있는 李선배의 앞길이 평안하기를 바라며 송년회 자리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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