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붉은 색

평화 강명옥 2006. 5. 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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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옷 중에 붉은 색의 옷은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철 따라 한 두 가지 정도인데 그나마 그 분홍, 빨강색의 옷을 입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친정아버지 상을 치르고 난 후 붉은 끼를 띠고 있는 옷들을 치웠다. 삼 년 전 시아버님 상 때처럼.

 

불과 아버지가 가신지 몇 달 전인데 일상에 묻혀 지내다보니 까마득한 오래 전에 가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예전과 같이 머리에 핀을 꽂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상을 차려놓고 아침저녁 재를 올리는 것도 아니니.

 

가끔 기도하면서 그리고 문득 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는 이야기를 실감한다.

 

속정을 잘 표현 못하셨던 부모님은 '사랑한다'든가 '좋아한다'든가 하는 대화를 하지 못하시고 평생을 사셨다는 생각이다. 우리 자식들 보기에는 애정표현도 싸움도 없는 조용하고 담담한(?) 생활을 하셨다. 나이가 드시면서 어머니의 발언권이 세졌고 가끔 어머니께 퉁(?)을 맞으시면 그리 크지 못한 목소리로 '왜 그래'가 다이셨던 아버지다.

 

아버지가 가신 후 어머니를 뵐 때마다 어머니의 표정에서 말씀 한마디에서 그리고 기운 없어 보이는 양어깨에서 아버지의 부재를 느낀다. 그러나 '사람이 죽어도 삼 년은 함께 한다더라'며 지나가는 말씀처럼 하신 어머니께는 아버지가 함께 생활하시는 느낌이신 것 같았다.

 

이 딸은 고작 입던 붉은 색 옷을 치우는 것으로 아버지 가신 것을 생각하는데....


God bless my mother; ... all I am I owe to her. - Abraham Lincoln 
어머니를 축복하시옵소서......나의 나 된 모든 것은 어머니 덕분입니다 - 아브라함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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