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지각

평화 강명옥 2006. 5. 2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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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시간이 두시간이라 한시간 강의하고 5분 쉰 다음 다시 한다. 이 5분 동안에 늦게 와서 출석 체크를 하는 학생들이 보통 7-8명이 된다. 처음에는 그래도 빼먹지 않고 오니 기특하다 생각을 한 것이 나의 실수였던 것 같다.

 

미리미리 강의시간에 들어와서 또랑또랑한 눈으로 앉아 있었던 학생들이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에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 강의실에 들어가서 깜짝 놀란 것이 학생들이 1/3 정도가 안 보이는 것이었다. 그 안보이던 학생들은 중간에 다 나타났다.

 

그 다음부터 늦은 학생들의 뒤늦은 출석확인을 하면서 늦은 이유를 물어보는데 그 답이 한결같다.

 

“늦잠 잤어요.”
“지하철을 놓쳤어요.”
“버스를 놓쳤어요.”   

 

늦잠을 잤으니 버스나 지하철을 놓쳤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학기 전에 다른 교수님으로부터 내가 맡은 강의시간이 1, 2교시(9시-11시)라 수강생이 적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학생들이 첫 시간에 맞추는 것을 무척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뒤늦게 실감하며 지내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강의는 3번 남았다. 그래서 한 마디 했다. 다음시간부터 늦게 들어오는 사람은 서서 공부하도록!

 

그러나 아직 그렇게 실시할 지는 고민중이다. 한 학기 내내 무엇보다 시간을 지키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을 강조하였는데 초장에 버릇을 잘못 들였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내 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시간도 그렇다면 그 버릇이 잡히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매주 발표해야 하는 과제물과 발표로 다른 시간보다 부담이 많은 내 과목을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고 나름대로 정리해 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마냥 뿌듯한 생각으로 지냈는데 처음 시작할 때의 빈자리들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내가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자면 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을 세워놓고 강의를 진행시켜야 하는데 벌써부터 덩치가 한참 큰 학생들임에도 일으켜 세워놓을 생각을 하니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Little children are of great value to God. 
어린 아이일지라도 하나님께는 큰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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