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느끼며

흑색선전

평화 강명옥 2001. 12. 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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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만 되며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이 흑색선전이다.
엉뚱한 소문을 흘려버리면 상대방은 대응할 방법이 없어지고 도저히 그것을 바로 잡을 길이 없다.
공개적인 해명? 그것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가 있다고 더 나아간 짐작을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가끔씩 흑색선전으로 인해 후보의 가족들이 고통을 받아 선거연설장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해명한 후보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는 것을 보았을 때 참 안되었구나 하는 정도로, 그래서는 안되지 하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 주인공이 되고 보니 정말 해서는 안될 것이 흑색선전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16대 총선에 출마를 결정한 남편은 먼저 고향에 내려가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고 서울 출신인 나는 좀더 일의 진행을 살펴 본 다음에 내려가기로 해서 서울에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부인이 눈에 안보이자 이상한 소문이 들리니 빨리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서둘러 출마지역으로 갔는데 내려간 날 나는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선거사무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원이 나에 관해 고향에 떠도는 소문들을 정리해서 알려주었는데 그 내용이 정말 가관이었다.
열 받아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가며 선거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얼마나 심한 흑색선전이 떠돌 것인가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아주 끔찍했다.
대책을 협의해도 별 무 방법이 없었다.
TV 출연시 소문을 정확히 짚어가며 해명을 하자, 선거연설장에서 해명을 하자 말들이 있었으나 오히려 더 화제만 만들뿐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결론이 안 났기 때문이다.

계속 고민을 하다가 마침 교회 구역모임을 가진 후 같이 예배를 드렸던 구역장이신 장로님과 권사님(두분은 부부셨다)을 찾아가 사정 말씀을 드리고 어찌해야 할까 의논을 하였다.
두 분은 선거 때는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니 그냥 무시하라는 충고를 하셨다.
으례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떠돈다는 것이었다.

나에 관한 소문 중 웃을 수도 울 수 도 없는 것은 내가 중국여자라는 것이었다.
왜 중국 여자라고 소문이 났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남편이 외교관 시절 중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상하게 번졌는가 추정하는 정도였다. 내가 중국 여자가 아니라 한국 여자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도 남편의 선거 출정식에서 나의 순서를 마련하여 열심히 하겠으니 밀어달라 라는 요지의 짤막한 인사를 하였고 본격적으로 시장통을 한바퀴 돈 후 그제서야 그 소문은 가라앉았다.


그 밖의 소문들? 셀 수도 없고 다 알 수도 없는 그 말들이 같이 출마한 타 후보 진영의 누가 어디서 어떻게 발설했다는 제보를 듣고서도 아무 조치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고통을 겪으면서도 우리 진영은 절대 그런 식의 전략은 쓰지 말고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전략도 안된다고 사무소 직원들에게 당부하였고 그 방침은 끝까지 지켜졌다.

비록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겨뤄서 좋은 평을 받고 끝난 것에 대하여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을 위해 선거기간 동안 정말 온 마음과 정성으로 도와주셨고 개표 후 마지막 모임을 가졌을 때 결과에 눈물을 쏟으며 억울해 하셨던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 일을 겪고 난 지금 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흑색선전, 소문에 대해서 들어도 거의 믿지 않는다.
다만 그 당사자들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동감할 뿐이다. 화병으로 속이 다 타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많은 약을 먹고 단식까지 해가며 건강을 찾으려고 애쓰는 요즘 내 병의 원인의 많은 부분이 선거 때 겪은 그 흑색선전이기 때문이다.

 

 

Our world may crumble around us, but God never changes.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릴지라도 하나님은 결코 변치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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