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노라니

아이구, 할머니 같아!

평화 강명옥 2005. 8. 1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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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등을 포함해 여기저기가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남편에게 등 좀 긁어 달라고 하였더니 "아이고 싫다 싫어, 할머니 같아..." 등등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등을 긁어주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한마디 더 붙이는 남편의 말씀. "내 손이 효자손이야!" '그럼 정말 잘 큰 효자손이고 말고 ㅋㅋㅋ' 이건 내가 속으로 한 말이다.

 

나이 들어 늙으면 부부가 서로 등을 긁어준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우리 일이 되고 보니 남편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노부부(?) 연습은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남편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허리가 뻐근하다거나 다리가 아프다거나 하면 살살 밟거나 눌러준 것이 벌써 언제부터인데...

 

그렇지 않아도 이미 은퇴한 노부부처럼 살아가는 요즈음 우리는 서로 이렇게 미리 은퇴   생활을 연습했으니 앞으로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살아야 한다고 가끔 이야기한다. 시간 되는 대로 손잡고 산에 다니고, 산책 다니고, 같이 책 읽고, 가끔씩 맛있는 음식 먹으러 음식점 찾아가면서....

 

나이로 따진다면야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남편 친구들 중에 손자 본 사람들도 있으니까....우리 수양딸이 낳은 손녀가 벌써 돌이 지났으니 확실한 할아버지 할머니인 것은 맞다.

 

보통 걷기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경사가 급한 언덕길이라 상당히 힘들게 느껴지곤 한다. 내 발걸음이 느릿느릿 해지면 남편은 벌써 알아채고 손을 내미는데 그러면서 언젠가 남편이 지나가듯이 한 말이 있다. "내가 오래 살아야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참 마음이 얼마나 찡했는지 모른다.

 

툭하면 자리에 눕고, 한동안 마음놓았다 싶으면 쓰러져 덜컥 입원하고, 잘 지내는구나 싶으면 어지럽다고 기절해버려 업고 응급실로 뛰어야 하는 남편에게는 보통 여자가 오래 산다는 일반적인 사실이 우리 부부에게 적용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듯 하다. 가끔 나중에 자기가 없으면 내가 자식도 없이 어떻게 혼자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은 항상 나보다도 생각이 저만큼 달려갈 때가 많다.

 

"나는 자기 먼저 보내고 나 혼자 남는 것도 싫고 나 혼자 먼저 가는 것도 싫으니 되도록 하늘나라 갈 때는 같이 갑시다" 결혼 초부터 내가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좋기만 하고 옆에 있어도 늘 보고 싶은 이 남편과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되도록 오래오래 같이 지내면서 살고 싶다.

 

"자기야, 우리는 재미있게 오래오래 살아야 되!""그럼! 그럼! 지금도 재미있잖아요!"
가끔 남편과 내가 나누는 선문답이다.

 

 

To laugh is to be fully human.
 웃는다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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