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야기

해변의 악사 (중국)

평화 강명옥 2006. 1. 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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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직원 가족들과 함께 해변의 식당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조개종류를 볶거나 삶은 것을 먹으며 음료수를 마시노라면 야간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과 바닷바람을 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해변의 휴양지 분위기가 한껏 높아지는 것 같았다.

한창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로 시간이 웬만큼 흘러갈 때쯤 악사들이 나타났다. 장발에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기타와 박자를 맞추는 간단한 타악기를 들고 대부분 2인조다. 작은 수첩에 부를 수 있는 곡목들을 적어 가지고 다니는데 한국노래를 신청했더니 안재욱의 노래를 불렀다.


계속해서 직원들이 중국 노래를 신청했는데 그야말로 온정신과 온몸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보였다. 저렇게 부르다가 쓰러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부르는 것을 보고 누군가 말했다.

"한 사람은 핏줄이 터질까봐 또 한사람은 허리가 부러질까봐 걱정이 되는 구만 ..."

그렇게 노래를 열심히 한 덕에 한 곡에 10위엔을 받는 다는 해변악사들은 다섯 곡을 부르고 두 배를 받아갔다.

또 다른 누군가가 한마디 덧붙였다.

"저렇게 열심히 한다면 세상에 안될 일이 있겠는가?"

음식점을 나오는데 아무도 계산서를 가져오지 않고 잡는 사람도 없었다. 계산대에 가서 물어보니 몇 번 좌석이냐고 하는데 좌석번호 확인하는데 한 소동이 벌어졌다.

자본주의 형태를 알게 된 연륜이 짧아서인지 종업원들의 표정이나 주문 받는 태도나 돈을 받는 것이나 모든 것이 어딜 가든지 어설프다. 그러나 아직은 매끄럽지 않은 이들의 모습이 세월이 흘러 하나 둘 제자리를 잡는다면 그 경쟁력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양도시답게 조성해 놓은 건물들과 나무들과 거리의 청결함 등 기본적인 것은 제대로 갖추어 놓았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나오면서 일행은 또 다른 해변의 악사에게 악기를 가져오라고 재촉을 했다. 북경에 와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직원이 거금을 들여 장만한 악기를 가져왔다는 것을 들은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연주해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중국 휴양지 해변 바닷가에서 한밤중의 콘서트가 열렸고 서툴지만 애잔하게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들으며 박수를 쳤다.

이 또 다른 해변 악사의 연주를 들으며 우리 휴가의 마지막 날 밤은 깊어갔다.

(2003. 08. 31. 씀)


And though this world, with devils filled,
Should threaten to undo us,
We will not fear, for God has willed,
His truth to triumph through us. - Luther
비록 이 세계가 마귀로 가득차서
우리를 파멸시키겠다고 위협해도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그의 진리가 승리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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