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3) 8월 4일 주일 오후에 총장님이 어색한 표정으로 꽃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섰다. 덥기도 하고 병실에서 이야기하기가 뭐해서 병실 밖 나무 그늘에 앉아 병문안(?)을 받았다. 그런데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입원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포도당주사를 맞고 지냈는데 주일날 저녁부터.. 살아가노라니 2003.10.27
열애(2) 사실 그 전주 월요일(7월 22일)에 부장님을 만났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전전주 주중에 잠깐 보자고 연락이 왔었는데 내가 저녁마다 약속이 있어서 그 다음 월요일로 날짜를 잡았던 것이었다. “혹시 필요한 자료가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가지고 나가지요.” “자료는 필요 없고 할 말이 있어요.” .. 살아가노라니 2003.10.27
혈기 얼마 전에 어떤 일로 화가 난 상태에서 부엌 싱크대 위의 찬장을 힘껏 닫다가 유리가 깨지는 일이 있었다.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가운데가 떨어지고 나머지는 깨진 채로 붙어있다. 당분간은 유리를 갈지 않고 그냥 둘 예정이다. 다 죽은 줄 알았던 나의 혈기가 아직도 이렇게 남아 있다니... 두고두고 회.. 살아가노라니 2003.10.26
마무리 할 때 남편의 잔소리가 슬슬 늘기 시작했다. '언제 논문 쓸 거야' 라는 말만 들으면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작년에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래로 일한다고 그리고 다쳤다고 누워지내는 동안 잊고 있었지만 늘 머리와 가슴 한구석을 누르고 있는 논문이다. 어떤 과정을 시작했으면 반드시 그것을 마무리하.. 살아가노라니 2003.10.25
가을 어느 날 낙엽 지는 호숫가 옆에서... 처음 북경에 왔을 때 호의를 가지고 내게 시장과 여러 장소를 안내하겠다고 부인이 있다. 있는 것을 사겠다는 그 약속은 하필이면 그 때마다 내 몸 상태가 나빠지는 람에 번번이 깨졌었다. 어제 여기 온지 석 달만에 그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전에 만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왕징(望京)으로 가서 여.. 살아가노라니 2003.10.22
다트 휴일 오후에 남편이 내가 오기 전에 살림살이들을 구입하려고 가끔 들렀다는 커다란 슈퍼마켓에 가보기로 했다. '家世界'(Home World)는 북경시내 남동쪽의 펀쫑사(分鍾寺)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당히 큰 대형매장이었다. 생활품목에 관한 한 온갖 자재가 다 팔리고 있었고 그 물량도 보통이 아니었다.. 살아가노라니 2003.10.21
청바지 잘 입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계속 가지고 다닌 것이 청바지이다. 많은 시간을 주로 직장에서 일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옷을 사면 정장을 사게 되어서 그럴 듯한 평상복이 없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편안한 옷 중의 하나이다. 20년 가까이 되었을까? 가끔 산에 갈 일도 있고 해서 산 .. 살아가노라니 2003.10.17
다림질 중국에 도착한 후 그동안 집안 청소 및 다림질을 아파트에 있는 keeping house에 요청해서 해결했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의 것에 관한 한 내가 모든 것을 직접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청소부터 모든 집안 일을 직접 했다. 그러나 몇 개월을 내내 누워 있으면서 앓다 온 터라 무리한 일.. 살아가노라니 2003.10.12
가을이 왔구나 외출을 하려고 아파트 입구로 걸어가는 동안에 아파트 내의 꽃이 바뀐 것을 알았다. 노란 국화와 빨간 샐비어 그리고 이름 모를 보라색 잎 모양 꽃의 작은 화분들을 둥글게 늘어 놓아 장식을 하였다. 순간 국화의 노란 색이 어찌나 밝고 화사하게 보였던지 눈이 부실 정도였다. 지난 며칠동안 일이 있어.. 살아가노라니 2003.09.22
동생(1) 내겐 두 살 차이와 다섯 살 차이의 남동생 둘이 있다. 워낙 어려서부터 두드러진(?) 누나 탓에 보통 다른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들'의 우위를 잘 모르고 자란 동생들이다. 큰 동생은 고등학교 진학 때 스스로 집안 형편을 고려하여 공고를 지망했다. 내가 말렸지만 나름대로 뜻이 있던 동생의 고집을.. 살아가노라니 2003.09.16